제가 온더브라이드를 시작한 이유

제가 온더브라이드를 시작한 이유

짧지 않은 글입니다.
저희와 계약하실 생각이 없으시더라도, 본식스냅을 알아보고 계신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두실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해 적습니다.

수년간, 결혼식을 찍었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본식스냅을 10년 넘게 찍었습니다.
비수기를 빼면 거의 매주였습니다.

신부대기실의 조용한 몇 분. 입장 직전에 딸의 손을 고쳐 잡는 아버지. 식이 끝나고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에서 두 사람이 잠깐 마주 보는 순간. 그런 장면을 계속 찍다 보면 이 일이 어떤 일인지 알게 됩니다.

한 번뿐이고, 다시 찍을 수 없고,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만 남길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시장도 보게 됐습니다.
촬영자로서만이 아니라, 이 시장이 어떤 구조로 굴러가는지를요.
할 이야기는 많았습니다.
다만 몇 년이 지나고 마지막에 남은 건 한 문장이었습니다.

"좀 더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운영할 순 없을까?"

쉽지 않을 걸 알면서도, 그 질문 하나를 가지고 온더브라이드를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정한 두 가지

거창한 비전을 세우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지킬 수 있는 것 두 가지만 정했습니다.

하나. 합리적인 견적으로 본식스냅을 드리자.
둘. 일하는 만큼 나눠 갖자.

이 두 문장으로 온더브라이드의 시스템과 가격을 전부 설계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전부 이 두 문장에서 나온 것들입니다.

먼저 밝힙니다 — 저희도 프리랜서 작가와 일합니다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온더브라이드는 대표와, 일곱 분 정도의 프리랜서 작가 풀로 운영합니다.
업계에서는 흔히 '실장'이라고 부르는, 본식만 전문으로 촬영하시는 분들입니다.

숨길 이유가 없어서 먼저 말씀드립니다.
결혼식이 열리는 주말은 한정돼 있습니다. 7월과 8월에는 예약이 눈에 띄게 줍니다.
성수기에는 하루에 몇 팀씩 몰리고, 비수기에는 몇 주가 비기도 합니다.
이런 일감의 모양으로 정직원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견적을 크게 올리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본식스냅 시장에서 전문 작가와의 협업은 이미 선택이 아니라 기본 운영 방식이 되었습니다.
저희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문제는 프리랜서가 아닙니다.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누가 촬영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업체의 이름만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가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분이 어느 날 이름 있는 회사에 소속되어 같은 예식장에서 같은 방식으로 촬영한다고 해봅시다.
그 사진이 갑자기 몇 배의 값이 되는 걸까요. 촬영자도, 장비도, 방식도 달라진 게 없는데요.
저는 사진 자체가 브랜드지, 업체명이 브랜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업체를 알아보실 때 이것 하나만은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갤러리에 걸린 저 사진을 실제로 누가 촬영했는지.
대표가 촬영하는지, 다른 작가가 배정되는지, 배정된다면 그 작가의 작업을 확인할 수 있는지.

업체의 이름보다 촬영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합니다. 이건 저희와 계약하지 않으셔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대표촬영이 비싼 건 거품이 아닙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습니다.
대표촬영이나 경력이 많은 작가의 촬영이 비싼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의 값입니다. 촬영과 후반 리터칭은 엄연한 기술이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사진은 우리에게 너무 가까이 있어서 쉬워 보입니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조명 아래에서, 다시 찍을 수 없는 순간을, 정해진 동선 안에서 안정적으로 담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니 계약하지 않으시더라도, 그분들이 쌓아온 시간의 값만큼은 인정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건 거품이 아닙니다.

진짜 거품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촬영자는 그대로인데 이름만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자리.

그래서 저희가 하는 일

어차피 이 시장에서 전문 작가와의 협업이 기본이라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해집니다.

좋은 작가를 직접, 제대로 선별해서, 정직한 견적으로 드리는 것.

그래서 저희는 아무에게나 스케줄을 드리지 않습니다.

  • 최소 3년 이상 본식스냅을 촬영해오신 분
  • 보정본이 아닌 원본 전체 포트폴리오를 받아 검수
  • 촬영 스타일과, 무엇보다 현장에서의 안정성 확인

보정된 결과물 몇 장이 아니라 원본 전체를 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잘 나온 몇 장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예식 내내 놓치는 구간이 없는지, 어려운 조명에서 무너지지 않는지, 돌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했는지입니다.
그건 원본을 통째로 봐야 보입니다.

이 과정을 통과한 분들만 두 분의 결혼식에 나갑니다.

예약을 제한합니다

촬영이 끝나면 일이 끝나는 게 아닙니다.

리터칭과 앨범 편집 같은 후반작업은 사진만큼 중요합니다.
실제로 촬영은 잘하시는데 후반작업이 받쳐주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플래시를 쓰지 않는 노스트로보 촬영이 늘어난 환경에서는 후반작업의 비중이 더 커집니다.
예식장의 색이 섞인 조명, 어두운 홀, 역광 — 촬영 단계에서 남겨둔 여지를 후반에서 정리해야 비로소 한 벌의 사진이 됩니다.

그 작업은 전부 제가 직접 합니다.

그래서 하루에 받는 예약을 제한합니다.
현재 기준 하루 여섯 팀에서 마감하고, 그 이상은 딱 잘라 닫습니다.
작가가 일곱 분인 것은 프리랜서 특성상 다른 일정이 있을 수 있어 여유를 두기 위해서입니다.

더 받으면 매출은 늘어납니다.
다만 사진이 그만큼 밀립니다.
그래서 받지 않습니다.

일한 만큼 나눕니다

두 번째 목표였던 "일하는 만큼 나눠 갖자"는 이렇게 지키고 있습니다.

저희가 받는 견적은 대략 이렇게 나뉩니다.

  • 50% 촬영 작가
  • 30% 앨범 제본 · 포장 · 배송
  • 20% 후반 보정 · 앨범 편집 · 관리 (대표)

제가 가장 적게 가져갑니다.

현장에서 몇 시간을 서서, 다시 없을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담아오는 일이 제일 힘듭니다.
그래서 제일 많이 드립니다.
그만큼 덜 힘든 제가 조금 가져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배분을 공개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격이 낮으면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작가한테 제대로 주긴 하는 걸까?"

합리적인 가격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뺀 것은 사람의 몫이 아니라 다른 곳에 붙어 있던 값입니다.

저희가 약속하지 않는 것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 이야기도 드리는 게 맞겠습니다.

저희는 예식 전에 어느 작가가 촬영할지 미리 지정해 드리지 않습니다.
앞에서 "촬영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려 놓고 모순처럼 들리실 겁니다.
그래서 이 부분도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예약은 몇 달 전에 하고 촬영은 그날 이루어집니다.
특정 작가를 지정해도 그날 일정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갤러리의 사진 한 장을 보고 그 작가를 고르시는 것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판단하기 어려운 선택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 불확실성을 값에서 뺐습니다.

사진은 확률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희 작가들은 기본만 찍고 오는 분들이 아닙니다.
기대보다 좋게 나오는 날이 훨씬 많습니다.
요청하신 사진들은 어떻게든 찍어옵니다.
다만 예기치 않은 순간이나 사진 구도에 따른 취향같이 확률에 기대어져 있는 가치들은, 그걸 무조건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예식장마다 조명과 동선이 매번 다릅니다.
두 분의 성향도, 그날 현장의 돌발 상황도 다릅니다. 작가도 사람이라 컨디션이 있습니다.
경험이 쌓일수록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은 분명히 올라갑니다.
다만 그 확률을 100%로 만드는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저희는 지켜질지 모르는 것을 미리 청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잘 나온 날에도 값을 더 받지 않습니다. 확률의 좋은 쪽은 두 분의 몫입니다.

대표지정 촬영에 대하여

확률을 조금 더 올리고 싶으시다면 대표지정 촬영으로 예약하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추가금이 있습니다.

첫 본식스냅이 2010년, 온더브라이드를 연 것이 2014년입니다.
10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거의 매주 본식을 촬영해왔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무렵에는 본식스냅 업체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체감으로도 몇 백 곳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이 남긴 것은 결국 몸입니다.
기본적인 본식 순서는 따로 외우지 않습니다.
다음에 무엇이 오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그 동선으로 움직입니다.
어디에 서야 하는지, 언제 자리를 옮겨야 하는지 의식하지 않아도 손이 먼저 반응합니다.
기본을 놓치지 않는다는 건 그런 뜻입니다.
그 위에서 저는 늘 조금 더 나은 사진, 조금 더 다른 사진을 찍으려고 합니다.

다만 솔직하게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예식 하나에 주어지는 시간은 대개 한 시간입니다.
첫 예식이나 마지막 예식이 아니고서는 앞뒤로 다른 예식이 끼어 있습니다.

신부대기실은 위치가 정해져 있어 옮길 수 없습니다.
빠듯하게 식을 치르고 원판을 찍고 나면 곧바로 자리를 비워야 합니다.

이건 작가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예식장이 돌아가는 방식입니다.
어느 작가가 가더라도 한 시간은 한 시간입니다.
그런 날은 저라고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좋은 순간이라도 하나 더 붙잡아보려고 셔터를 더 누르게 되고 그렇게 컷 수는 늘어나지만, 속으로 속상할 때가 솔직히 많습니다.
반대로 시간과 공간이 조금이라도 허락하는 날에는, 작가로서 제 취향을 담아 남겨드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대표지정은 이런 선택입니다.
기본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여건이 허락할 때 그 이상이 나올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
그 두 가지에 값을 붙인 것이지 확정을 팔 수 있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그건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참고로 그날 일반예약만 있다면 저도 같은 금액으로 촬영합니다.
예약이 하나뿐인 날은 제가 먼저 나갈 수 있습니다.

맺으며

저희는 싸게 드리는 게 아닙니다. 못 지킬 약속을 빼고 드리는 겁니다.

저희를 찾아주신 분들 중에는 견적 때문에 오신 분도, 사진이 마음에 들어 오신 분도 계실 겁니다.
어느 쪽이든 저희와 인연이 되어주신 마음은 똑같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번뿐인 두 분의 결혼식을 대충 때우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고,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가장 축복받아야 할 하루에 저희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궁금하신 점은 문의하기로 남겨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온더브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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